다음은 레벨 0에서 발견된 한 방랑자의 글이다.
나는 오늘도 걷는다. 계속 걷는다. 살기 위해 걷는다. 걸어서 산다.
내가 여기 언제 들어왔더라? 노랗고 축축하고 무한한 방, 우린 이걸 '백룸'이라고 불러.
우리….?
…
난 오늘도 혼자다.
가족들은 잘 지낼까? 걔는 내 걱정을 하지 않을까?
뒤에서 살기 위해 발악하는 날 알아주기는 할까..?
.. 이곳에서는 이런 생각도 사치이다.
아니다. 애초에 출구가 있긴 할까?
날 시험하는건가? 차라리 이게 시험이었으면..
세상이 날 속이는 거였으면..
같은 장소를 맴도는거 같다.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 장소들은 날 더 힘들게 만든다.
내가 큰 죄를 지었나? 내가 죄가 있다면 단지 '그냥'이지 않을까?
오늘도 에너지바를 먹는다. 내 소중한 식량.. 나눠줄 사람도 없다.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도 맛있지..
…
오늘도 난 혼자다. 또 걷는다.
내 걸음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죽음뿐인 것 같다.
죽음…
…
죽는 건 너무 무섭잖아..
그렇게 나는 또 걷는다. 살기 위해, 살고 싶어 걷는다.
이렇게 글씨 남겨본다.
언젠가는 웅웅거리는 형광등 소리가 아닌 사람 말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내 이 발악이 세상에 알려지길.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길.
이 지옥보다 더한 곳에서 나갈 수 있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