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34-KO - "진달래꽃과 나룻배"

평가: +10+x

생존 난이도

등급 1

  • 안전
  • 미미한 정신조작
  • 엔티티 없음

레벨 34는 백룸의 서른 다섯번째 레벨입니다.

설명:

CFkc1Z.jpg

누군가 레벨 34에서 촬영한 옛날 사진 중 하나.

레벨 34는 흰 모래로 된 해변과 광활한 규모의 바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해변의 뒤편엔 현무암질로 된 매우 커다란 주상절리 절벽이 존재하며, 그 길이는 바다와 마찬가지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고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해발고도 약 5,800m). 해변 곳곳엔 빛바랜 원고지 여럿이 쌓여 있으며, 바다 한켠엔 나무로된 작은 부두나룻배 하나가 있습니다1. 바다 위는 물론 해변에도 수없이 많은 분홍색 진달래 꽃잎이 뿌려져 있는데, 이는 절벽 끝에서 자란 진달래 군집에서 떨어진 꽃잎으로 추정됩니다.

바닷물은 98%의 수분과 1%의 염분, 미세한 양의 지질과 뮤신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증발을 통한 정상적인 식수 공급이 가능하며, 절벽 위의 식물 군집 연구를 통한 식량 획득도 고려해볼 수 있는 레벨로 추정됩니다.2 진달래 꽃잎은 소량이지만 식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변 한켠에 쌓인 원고지는 현재 누런 빛을 띄며 쌓여있는 상태입니다. 합산 결과 총 127장이 쌓여 있었으며, 원고지는 한곳에만 쌓여있지 않고, 꽤 멀리 떨어진 곳에 같은 수량으로 쌓여있었습니다. 종이 곳곳에 잉크로 휘갈긴 듯한 흔적이 있는 경우도 있고, 완전 찢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해변에 설치된 부두나룻배는 오직 하나만 존재합니다. 부두와 나룻배는 인위적이게 만들어진 모습을 하고 있으며, 놀랍게도 나룻배가 사라지면3, 또 다른 나룻배가 바다 밑에서 떠오릅니다.

바다의 경우 이상하게도 아무런 생물이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꽤 오랜 기간 방치된 듯한 부두에 따개비와 같은 생물의 흔적이 없었으며, 미역이나 생선도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랜 기간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짙은 안개만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해변을 이루고 있는 흰색 모래는 분석결과 칼슘, 인, 마그네슘과 같은 무기질이 50%, 콜라겐 30% 등이 검출 되었는데, 이는 뼈와 거의 일치하는 구성으로, 해변의 모래는 어떤 생물의 뼈나 다른 물질이 오랫동안 곱게 분해되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 탐사 도중엔 생존 난이도 0등급을 받을 것으로 추측되었으나, 해당 레벨에 미미한 정도의 정신조작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고 받은 후 1등급으로 매겨지게 되었습니다. 해당 레벨에 장기간 탐사를 진행하던 탐사팀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해당 레벨에 안락함을 느끼고, 계속 레벨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오랜기간 탐사대가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추가 인력을 보냈는데4, 도착한 2차 탐사팀에 의하면 1차 탐사팀 대부분이 게을러져 있고, 다시 원래 레벨로 돌아오기를 포기하고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신조작의 존재를 알아냈지만, 놀랍게도 1차 팀을 데리고 오기 위해 강한 정신적 충격5을 주자 1차팀의 정신이 돌아왔다는 보고 또한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해당 정신조작의 강도가 그렇게 심각하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스스로의 의지로도 정신이 돌아온 인원도 존재했습니다.

이후 탈출을 위해 부두에 정박해있는 나룻배를 통한 탈출이 가장 먼저 고려되었으나, 나룻배를 타고 바다를 이동하는 순간 크게는 10m가 넘는 크기의 파도가 들이닥쳐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이후 정신을 차린 1,2차 탐사팀은 탐구 자료와 함께 클립핑을 통해 레벨 1로 돌아왔습니다.6

엔티티:

현재까지 관측된 바, 별다른 엔티티의 존재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저 먼발치에서 내리쬐는 태양빛과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를 통해 생장하는 진달래를 비롯한 극소수의 생물만 발견되었습니다.

출입구:

입구

현재 레벨 1에서 노클립을 통한 진입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동굴 테마의 레벨들에서 노클립 할 경우 일정 확률로 레벨 34에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 레벨 51-KO의 동굴 벽면에 노클립할 시 일정 확률로 레벨 34의 절벽 단면에서 진입하게 됩니다.

출구

레벨 34 에서 나가는 방법은 절벽에 노클립을 하여 나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레벨 1로 다시 돌아올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2005.09.08
저위험 레벨 조사 그룹 R-12 탐사 보고서


지금까지 해당 레벨에 대한 23번의 탐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초기 위험요소로 불려오던 미미한 정신조작 또한 쉽게 대처가 가능하고, 현재 그 수치가 더욱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허나 최근 똇목 근처에서 수십장의 원고지에 씌여진 누군가의 일기를 한편 발견하였습니다.
해당 레벨에 홀로 장기간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레벨 0 탈출 이후 곧바로 레벨 34-Ko로 노클립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해당 인물의 신원 파악을 본부에 요청드리는 바 입니다.
아래는 탐사팀이 발견한 일기의 일부입니다.
날짜 순으로 나열하였으며, 일부는 글씨가 적혀있지 않아 제외하였습니다.


김기택씨의 일기 #1


오늘 온 이 공간에서 내 첫 일기를 써 본다.
일단 무한히 이어진 주차장같은 공간은 탈출한 것 같다.
처음엔 노란색 벽지로 된 호텔같은 곳이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진 기자로 활동하던 내가 어쩌다 이런 공간에 갇힌 걸까.
아마 매우 긴 꿈을 꾸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은 이미 버린지 오래다.

여기에 온 뒤 빛 바랜 원고지 몇장을 발견했다.
사람은 남아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오늘 부로 일기를 써보려 한다.




내 이름은 김기택이다.
金基澤

김기택씨의 일기 #2


이곳은 이전에 갔던 곳과는 확연히 다른 장소이다.
회백색 모래와 흩뿌연 안개, 검은색 현무암질 기암괴석.
분홍색 꽃잎이 흩뿌려진 바닷가, 그곳에 홀로 놓인 나룻배.

미칠듯이 윙윙거리고 현기증이 나던 이전과는 다르다.
먼발치에서 내리쬐는 햇빛과, 푸르른 파도 소리.
바람에 휘날리는 풀잎소리, 싸글거리는 모랫소리.

이 세상에서 이렇게나 평화로운 장소가 있을까.
더이상 날 쫒아오는 괴물도 없다.
오랜 기간 쌓였던 긴장이 한번에 풀린 느낌이다.

그래도 아직 긴장을 늦추긴 이르다.
일단 주변을 좀 둘러볼 생각이다.
그때는 좀 쉴 수 있겠지.

김기택씨의 일기 #3


오늘 해변가를 빙 둘러 산책을 나갔다.
평소처럼 바닥에 누워 잤지만, 이때까지 잤던 잠중 가장 마음이 편한 잠이였다.
특이하게 모래가 몸에 묻지는 않았다.
역시 흰 모래는 뭔가 다른점이 있는 듯 하다.

아무튼 오늘 해변가를 돌아보니 원고지가 여기 말고도 군데 군데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일단 사진이라도 찍어볼까
필름을 다 쓰긴 아까워서 대충 원고리를 찢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역시나 그럴리가 없지. 아쉽게 되었다.

그래도 필름을 써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이렇게나 칙칙한 세상인데 왜 이렇게 친근한 느낌이 들까.
산책하며 느끼는 산들바람은 온갖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좋다.

김기택씨의 일기 #4


오늘 꽃잎을 구워 보았다.
바닥에 널린게 꽃잎이라서 구워보았더니 어느정도 먹을만 한 것 같다.
하루종일 바닥에 널린 꽃잎을 주워 밥을 챙겨 먹었다.
식수도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었다.

하루종일 일만 했더니 피곤하다.
일기는 이쯤에서 그만 쓰려고 한다.

김기택씨의 일기 #5


바다에 홀로 놓여진 저 나룻배는 뭘까.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었던 걸까.

저 안개 너머엔 뭐가 있는 걸까.
이 꽃잎은 다 어디서 온걸까.


지금은 굳이 생각하고 싶진 않다.
여기에서 평생 살아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김기택씨의 일기 #6


꽃잎은 절벽 위에서 내리는 것 같다.
저길 어떻게 올라가지.


아니 굳이 가야 될까.

김기택씨의 일기 #7


파도가 친다.
나도 한몸이 되고싶다.

김기택씨의 일기 #31


여기에 떨어진지 한달 째다.
내가 지금까지 뭘 하고 있던 거지.
난 여기서 시시닥거리며 살려고 온게 아닌데.

매일 꽃잎만 먹고 어떻게 산다는 것이냐.
꽃잎으로는 분명 일주일도 못버텼을 텐데…
한달동안 무슨 궁상에 빠졌던걸까.
당장 여기서 나갈 궁리를 해야겠다.

김기택씨의 일기 #37


몸을 움직이기가 점점 귀찮아 진다.
하루종일 잠만 자서 오히려 피곤한 것과 같은 느낌이다.
몸이 무겁다.
당장 움직이여야 하는데…
파도 소리가 너무 좋다.

김기택씨의 일기 #40


드디어 나룻배에 타 보았다.
안에 노도 준비되어 있었다.
노를 저어 보니 배가 앞으로 나아갔다.
저 안개 너머엔 뭐가 있는 걸까



(원고지가 물에 젖어있다.)

김기택씨의 일기 #41


이걸로 분명해졌다.
난 무조건 저 안개 너머로 나갈 것이다.
나룻배를 타니 매우 거센 파도가 날 덮쳐왔다.
아까운 원고지 일부가 물에 젖었다.

누가 이기는지 해 보자

김기택씨의 일기 #42


내가 떠나려고 할수록 바다가 날 떠나보내지 않는 느낌이다.
바다는 내가 떠나는 것을 싫어하는 걸까.
오늘 세번이나 시도했는데, 10m도 못가고 바다에 빠졌다.

그런다고 꺾일 의지가 아니다.
난 무조건 끝을 봐야겠다.

김기택씨의 일기 #43


바다가 운다.
내가 떠나지 않도록.
호올로 남겨진 자신을 두고가지 마라고.
날 보챈다.

바다가 운다.
쓸쓸한 파도소리만 남은.
즈려밟혀진 꽃잎만 남은.
그런 바다가.

나는 운다.
더이상 같이 있기 싫어서.
잃어버린 것을 얻고 싶어서.
오랜 기간 정들어버린 인연을 잃는 것이 서러워서.

양손에 꽃잎을 쥐고.
양손에 노를 쥐고.
뱃사공이 된 듯이.
홀로 남겨진 나룻배를 타고.






"나를 찾지 마라 바다여!!"
"나를 찾지 마라 바다여!!"
"나를 찾지 마라 바다여!!"
"나를 찾지 마라 바다여!!"
"나를 찾지 마라 바다여!!"
"나를 찾지 마라 바다여!!"











파도는 멈추지 않았다.
나도 멈추지 않는다.
멀리서 흰 빛이 보인다.
저기가 내 길이다.


2005.09.09
저위험 레벨 조사 그룹 R-12 탐사 보고서


자료 잘 받았습니다.
흠… 아직 어느 그룹에도 발견된 적 없는 방랑자인가 보군요.

이 레벨은 참 특이한 것 같습니다.
우리를 이곳에 묶어 두려면 확실히 묶을 수 있게 확실한 정신조작을 걸면 될 것을
우리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놔둡니다.
그러면서도 큰 파도를 일으켜 저희를 가두려고 하죠.

레벨은 저희가 반가웠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겁을 세월을 홀로 지내다가 같이 지낼 수 있는 인물을 만난
그런 사람처럼
새로 생긴 나의 친구가
떠나는 것을 싫어하듯이

그럼에도
그냥 놔줍니다
이미 파도로 만들어낸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 것을 아는 걸까요.
만남이 있다면…
언젠간 이별도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닫은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작가 - Easybro4555Easybro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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